지역화폐의 역사적 발전과 유형

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이나 집단에서만 통용되는 법정통화 이외의 보완적 성격의 지불수단을 의미합니다. 19세기 영국에서 처음 도입되었다가 20세기 초반 정부의 금지조치로 중단되었으며, 1983년 캐나다에서 지역 공동체부조 형태의 지역화폐가 다시 등장한 이후 발행 지역이 확대되고 발행 형태도 다양화되었습니다.

 

지역화폐는 법정통화와의 환전 가능 여부에 따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공동체화폐(Community Currency): 재화와 서비스의 상호 교환을 바탕으로 가치를 적립하고 결제하는 방식으로, 대차거래방식인 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와 소요시간 가치를 적립하는 타임뱅크 형태 등으로 구분됩니다.

 

전환화폐(Convertible Currency): 지역화폐 이용 활성화를 위해 바우처 형태의 지역화폐를 직접 구매하고 법정통화로 환전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한 화폐입니다.

 

최근에는 과거 상호부조 형태의 공동체화폐에서 법정통화 교환 기능이 포함된 전환화폐 형태로 발전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국의 지역화폐 사례 분석

영국의 지역화폐

영국에서는 2002년 스코틀랜드 모레이주에서 '에코(Eko)'라는 지역화폐가 시작되었으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것은 2012년부터 발행된 브리스톨 파운드(Bristol Pound)입니다. 브리스톨 파운드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 단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공과금 및 지방세 납부에도 활용 가능

지역화폐 전용계좌를 운영하는 신협 예금은 예금보험기구가 보호하는 등 지자체 차원의 지원 제공

2009년 개인 활동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어 시민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추진된 대표적 민관협력 모델

2012년 도입 초기 당시 조지 퍼거슨 시장이 자신의 급여를 모두 지역화폐로 받는 등 상징적 지원 제공

 

그러나 브리스톨 파운드는 간편결제와 가상화폐 성장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유통이 중단되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지역화폐

미국에서는 1991년 뉴욕주 이타카 시에서 실물형태의 지역화폐인 '이타카 아워즈(Ithaca Hours)'가 발행되었습니다. 이는 지역 자금 유출 완화와 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였으며, 비영리단체를 통해 관리되었습니다. 지역 20마일 이내 상점에서 배관, 목공, 전기 작업, 간호, 음식 등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설립자가 이타카 지역을 떠나면서 개선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제 수단이 신용카드 등으로 변화함에 따라 사용이 감소하면서 쇠퇴하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1996년 앨버타 주의 자선단체인 Arusha Centre가 주관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캘거리 달러(Calgary Dollar)'를 도입했습니다. 초기에는 실물화폐 위주의 거래였으나, 2018년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여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했습니다.

 

일본의 지역화폐

일본의 지역화폐는 주로 비영리협회(NGO )가 주관하는 특정 프로젝트 참여자에게 지급되는 형태로 운영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톰(ATOM)''어스데이머니(Earth Day Money)'가 있습니다:

 

아톰(ATOM): 아톰실행위원회 사무국에서 환경보전, 자원봉사 등의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 전환화폐를 지급하는 형태로, 와세다와 타카다노바바 지역 등에서 사용 가능했습니다. 법정통화와 1:1로 교환 가능했습니다.

 

어스데이머니: 어스데이머니협회에서 운영하며, 환경보전 활동 참여자에게 지급하는 화폐로, 도쿄 등에서 사용 가능했습니다. 기본 전환비율은 1:1이나, 이용 시 결제 금액별로 이용비율을 개인이 임의적으로 적용하여 법정통화와 혼합하여 사용 가능했습니다.

 

독일의 지역화폐

독일의 지역화폐 시스템은 'Regiogeld'라는 이름으로 200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킴가우어(Chiemgauer)'가 있습니다:

 

킴가우어는 한 교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지역화폐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업 자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개념이 2003년 실제 발행과 유통으로 이어졌습니다.

 

독일의 Regiogeld 시스템은 실비오 게젤(Silvio Gesell)의 감가화폐(stamped money) 원리를 채택하여 마이너스 이자를 적용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지역화폐 운영의 특징과 효과

발행 및 운영 주체에 따른 특성

해외 지역화폐는 발행 및 운영 주체에 따라 다양한 특성을 보입니다:

 

민간 주도형: 브리스톨 파운드나 킴가우어처럼 시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추진된 지역화폐는 지역사회의 필요와 가치를 반영하는 데 유리하며, 지속가능성이 높은 경향이 있습니다.

 

정부 주도형: 일부 지자체가 주도하는 지역화폐는 초기 자원 확보와 제도적 지원이 용이하지만, 시민 참여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민관협력형: 브리스톨 파운드처럼 발행과 운영은 민간이 주도하고, 지자체는 운영 지원에 집중하는 모델로, 대표적인 민관협력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역화폐의 효과와 목적

지역화폐는 다양한 영역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 지역 내 자금 순환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 외부로의 자금 유출 방지

사회적 측면: 지역 공동체 강화, 사회적 자본 형성, 주민 간 상호부조 활성화

환경적 측면: 친환경 생활 실천 촉진, 지역 생산 및 소비를 통한 탄소 발자국 감소

지역 회복력(resilience) 구축: 외부 충격에 대한 지역사회의 내구성 강화, 경제 위기 시 완충 역할 수행

 

지역화폐의 한계와 지속가능성 문제

지역화폐 운영의 주요 장애요인

해외 지역화폐 사례를 통해 확인된 주요 한계점과 운영 장애요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래 수수료와 사용기한의 제약: 법정통화로 환전 시 일정 수수료가 부과되고, 사용기한이 있는 점은 사용자 편의성을 저해합니다.

금융기관 간 거래 시차와 비용 부담: 이용자가 거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습니다.

간편결제 및 가상화폐와의 경쟁: 새로운 결제 기술의 발전으로 지역화폐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지역화폐 목적과 가치의 불명확성: 지역화폐 도입 목적과 추구해야 할 가치가 불분명한 경우 지속가능성이 저해될 수 있습니다.

 

지역화폐 중단 및 쇠퇴 사례

여러 지역에서 지역화폐가 중단되거나 쇠퇴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영국 브리스톨 파운드: 간편결제와 가상화폐 성장으로 통화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최근 유통을 중단했습니다.

미국 이타카 아워즈: 설립자가 이타카 지역을 떠나면서 개선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제 수단의 변화로 사용이 감소하며 쇠퇴했습니다.

 

지역화폐의 활성화 및 지속가능성 확보 방안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전략

해외 사례 연구를 통해 도출된 지역화폐 활성화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역화폐 활용범위 확대: 개인 소비활동을 넘어 기업간 거래, 임금 지급, 세금 납부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사용 금액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캐시백 서비스'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사용 동기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지역 금융기관의 역할 강화: 영국 브리스톨 파운드 사례처럼 지역 은행(신협)이 기업 대출이나 상환에 지역화폐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지역화폐의 권위를 강화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 접목: 캐나다 캘거리 달러처럼 블록체인 기술 도입으로 온라인 거래를 활성화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화폐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고려사항

지역화폐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관협력 거버넌스 구축: 지자체 주도가 아닌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기획하는 협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설계: 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역화폐 설계가 필요합니다.

지역회복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접근: 지역화폐가 단순한 경제 활성화 수단이 아닌 지역사회의 회복력을 구축하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결론

해외 지역화폐 연구 사례를 종합해보면,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강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으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지역화폐 운영을 위해서는 단순한 경제적 효과를 넘어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설계와 민관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합니다.

 

특히 외부 충격에 대응하는 지역회복력 구축 도구로서 지역화폐의 잠재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형태의 지역화폐 모델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역화폐의 도입 목적과 가치를 명확히 하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지역화폐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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