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회의 엘리트 교육방법

16세기 중반 이냐시오 데 로욜라에 의해 창립된 예수회는 카톨릭의 대항종교개혁 시기 가장 영향력 있는 교육기관으로 부상하였다. 예수회의 교육방법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엘리트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 체계적이고 혁신적인 접근방식을 특징으로 한다. 이들의 교육체계는 1599년 확립된 『면학규정(Ratio Studiorum)』을 중심으로 전유럽에 걸쳐 표준화되었으며, 엄격한 교사교육과 함께 전인적 인간 형성을 추구하는 독특한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하였다. 예수회의 엘리트 교육방법은 인문학적 소양과 실용적 기술을 조화시키며, 개인의 창의성과 집단의 권위를 균형있게 조화시킨 근대 교육의 선구적 모델로 평가된다.

 

예수회 교육의 역사적 배경과 발전

창립정신과 교육 목표

예수회의 교육은 창립자 이냐시오 데 로욜라의 영성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 로욜라는 기독교 사상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명상은 물론 생활에 필요한 기술이나 덕도 필요하다고 보았으며, 이는 예수회 교육의 전인적 접근방식의 토대가 되었다. 예수회의 기본정신은 창립자의 정신에 따라 회원 각자의 인격완성과 종교·교육·문화·사업을 통하여 높은 도덕심과 인내, 소명에 따르는 생활을 하도록 이웃에게 봉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수회는 교육의 출발점을 인간에게 둠으로써 인간 이해를 돕는 인문과학을 강조하고 전인적인 인간 양성에 관심을 기울였기에, 인간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역할을 강조하며 그 시대에 맞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었다. 이러한 교육철학은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서 사회적 리더십을 갖춘 엘리트 양성을 지향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교육기관의 확산과 제도화

1548년에 최초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한 학교인 콜레지움을 예수회가 메시나에 세운 이래 학생이 증가하고, 학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수도회의 내부 규정집이 마련되었다. 1599년 『면학규정(Ratio Studiorum)』 최종판이 발표되자 예수회 아콰비바 총장은 이전에 인쇄되었던 모든 판들을 없애도록 명령했는데, 이는 교육의 표준화와 통일성을 추구하는 예수회의 특징을 보여준다.

 

1599년까지 전유럽에 245개 이상의 예수회 학교가 설립되었으며, 이들 학교는 모두 동일한 교육원칙과 방법론을 따랐다. 예수회의 교육활동은 유럽 전역에 학교들을 설립하여 예수회원들에게 엄격한 고전학과 신학 교육을 행하는 것이 첫 번째 활동이었으며, 이는 비그리스도교인들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키기 위한 선교사 양성과 개신교 확산 저지라는 다른 두 활동과 함께 예수회의 핵심 사업을 구성했다.

 

면학규정(Ratio Studiorum)과 교육과정 체계

면학규정의 구조와 특징

면학규정은 예수회가 개발한 통일적 교육과정으로서 예수회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규정은 제1장에 관구장, 원장, 학년별 교수 관련 규범이 있고, 제2장에는 모든 정교수들이 공통적으로 지켜야할 내용과 개별적으로 알아야할 시간·계획·시험 등에 관한 내용이 있었으며, 끝으로 종합시험과 경연 및 상장에 관한 규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면학규정은 학교 교육과정, 교수법, 다양한 지위의 교사들의 역할, 시험 등을 직접적으로 규제하였다. 이는 개별 학교의 자율성보다는 전체 예수회 교육의 통일성과 표준화를 우선시하는 중앙집권적 교육 관리 체계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교육과정의 구성

예수회는 교육과정을 하급과정과 상급과정으로 구분하였다. 하급과정은 10~14세가 입학하여 5~6년간 공부하는 과정으로, 상급과정에 입학하기 위한 예비과정으로 중등교육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여기서는 라틴어, 그리스어 문법, 고전문학, 수학, 자연과학, 역사, 지리 등을 배웠다.

 

상급과정은 15세경 입학하여 7~9년간 공부하는 과정으로, 처음 3년은 철학과정으로 논리학, 형이상학, 심리학, 윤리학, 대수, 기하, 물리, 화학, 지질학, 천문학 등 폭넓은 공부를 한 후 석사 과정을 받도록 하였다. 다음 4년은 신학과정으로 성서, 헤브루어, 교회사, 교회법, 신학, 동양의 여러나라 언어 등을 공부하고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엘리트 교육의 특성과 방법론

엘리트 지향적 교육철학

이냐시오 데 로욜라 본인부터 귀족 가문의 인문주의적 교육을 받은 상당한 지적 엘리트였고, 예수회 내부에서도 교황청에서는 억압한 에라스무스의 인문주의 신학관의 영향력이 상당히 컸던 만큼 예수회는 교육 활동, 그것도 당대 유럽 귀족과 군주들의 자제들을 대상으로 한 엘리트 교육에 집중하였다. 예수회 역시 교육 특히 엘리트 교육에 열성적이어서 로마 가톨릭의 시각에서는 불편했던 것이다.

 

예수회는 로마 가톨릭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도록 모든 활동을 전개하는 정치조직으로서, 이를 위해 가톨릭 내에서 교황의 강력한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에큐메니컬 운동을 통해 예수회 회원은 세뇌적 교육에 의해 상부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하도록 훈련된다. 이러한 조직적 특성은 엘리트 교육에서도 절대적 권위에 대한 복종과 규율을 중시하는 교육방식으로 나타났다.

 

교육방법론의 특징

예수회의 교육방법은 여러 혁신적 특징을 보였다. 첫째, 학습할 내용을 잘게 나누어서 한 번에 조금씩 학습하도록 하였으며, 수업은 강의와 반복의 2단계로 구분하였다. 매일의 수업은 전날의 복습으로 시작되었고, 매주마다 전주의 것을 복습하고, 매달 그 전달의 것을 복습했다.

 

둘째, 학습 동기 유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정교한 동기유발 방법을 사용하였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토론, 유희, 연극 등의 활동을 통해 능동적 학습을 촉진하였다.

 

셋째, 면학규정에서 강조하는 교육의 주요 특징으로는 영적 목적을 추구하고, 지적·도덕적·영적 측면의 통합적 교육을 실시하며, 정보 전달보다는 인격 형성에 중점을 두었다. 또한 방법론과 질서를 강조하여 학생들을 점진적으로 더 복잡한 내용으로 이끌어갔다.

 

교사교육과 전문성 개발

체계적인 교사 양성 과정

예수회 학교가 눈부신 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엄격하고 체계적인 교사교육이 존재하였다. 하급과정을 졸업한 훈련생은 2년 동안 영신 수련을 마친 후에 상급과정에 들어가서 3년 동안 철학공부를 마치면 하급과정의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었다. 신학과 그 밖의 전공과목을 공부하면 철학교사의 자격을 얻고 결국 자신의 전공 분야의 교수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예수회의 교사교육은 김나지움 졸업 후 최소 5년의 고등교육을 요구했으며, 이는 철학, 종교, 문학, 교수 기술 등으로 구성되었다. 전체적으로 예수회의 교사교육은 종교적 열정에 기반하여 철학적 통합을 추구했으며, 학습이 교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예수회 전통에 따라 교수 기술의 실제적 훈련도 강조되었다.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

전 과정에서 정기적으로 공부한 내용과 가르치는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을 실시하고, 교사가 된 후 초기에는 단계마다 선배교사의 감독과 지시를 받도록 하였다. 이는 현재 교사 양성과정의 기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예수회는 교사교육을 통해서 교사의 전문적 자율성을 높였으며, 면학규정을 통해서 교단의 권위를 강력하게 행사하였다. 교사 개인의 자율은 주로 수업 내용의 측면에서, 교단 집단의 권위는 주로 수업 방법의 측면에서 발휘되었다. 예수회의 교육에서 개인의 자율과 집단의 권위는 서로 조화를 이루었고, 이 조화는 양자 모두 교육의 전문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수도회원 양성과 영성교육

5단계 양성 체계

예수회원 양성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이웃 영혼을 돕고, 우리 시대의 문화와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일로서, 구체적으로 5단계로 나뉜다. 수련기부터 서품 이후 제3수련까지 이어지는 양성 과정은 기도와 성찰, 철학과 신학 공부, 공동체 생활, 사도직 경험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따르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한다.

 

수련기는 "예수님을 알고, 예수회를 알고, 자기 자신을 아는 시기"로 앞으로 예수회원으로 살아갈 수도생활의 기초를 배우고 다져가는 여정이다. 수련자는 예수회 회헌 등 수도생활에 관한 중요한 문헌들을 배우고, 매일 기도와 미사를 드리고 적절한 운동과 노동을 한다.

 

영신수련과 실습 과정

영신수련 개념은 가난하고 겸손한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고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전적인 자기 헌신에서 나오는 영적이며 인간적인 태도를 말한다. 모든 수련자는 영신수련이라고 불리는 30일 침묵 피정에 머물며, 긴 침묵의 시간동안 깊고 친밀하게 예수님을 만나고 "죄인이면서 이냐시오와 같이 예수의 벗으로 부름 받았음"을 인식하며 이냐시오 성인의 영적 분별력을 배운다.

 

리전시(Regency)라고 불리는 중간 실습기는 보통 2년 진행하는 과정으로, 잠시 학업을 중단하고 온전히 예수회 사도직에 투신하는 시간이다. 각자 파견받은 자리에서 수도자, 평신도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사명을 함께 나누는 소통과 협력을 배운다.

 

규율과 처벌 체계

절제된 처벌 원칙

예수회 교단에서는 벌을 사용했지만, 엄한 감독에 의해 규율이 유지되고 절대 권위에 대한 존경이 유지되었기 때문에, 예수회 학교에서는 그 시대의 특징인 체벌로 인한 피해는 적었다. 벌은 가능한 관대하고 절제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처벌에는 일정한 기준을 두었다.

 

『교육지침서』에서 '벌을 주거나 책망하는 데 있어서 경솔해서는 안 된다'고 기술되어 있으며,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 대해 그 학생의 이름이 아닌 다른 어떤 모욕적인 호칭도 사용해서는 안 되었다. 처벌 대신에 매일 부과하는 과제의 양보다 더 많은 과제를 주는 방법도 행해졌다.

 

교정 시스템

예수회 학교에서는 교사가 직접 처벌을 해서는 안 되었으며, 학습과 도덕면에서 잘못이 있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정담당교사가 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처벌이 필요하고 적합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벌을 주었다. 그리고 교정담당교사의 노력으로도 아무 효과가 없을 때는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문제학생을 퇴학시켰다.

 

단체규율에 절대복종하도록 했고 전문교육과 대학원교육을 강화하였으나, 개인의 창의와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한계도 있었다.

 

과학교육과 지적 탐구

수학과 천문학 교육

특별히 마테오 리치가 로마대학에서 이수했던 수학과 천문학 교과과정(1572-1577)은 반복숙달과 심화과정을 통해 과학분야 전문지식의 숙련도를 키우는 예수회 교수법의 특징을 보여준다. 로마대학의 클라비우스와 그 후임자들은 과학 수업을 계속 이어가면서 미래의 교수들과 선교사가 될 영재 예수회원들을 위한 고급 학업 과정을 운영했다.

 

면학규정이 초판(1586)에서 최종판(1599)으로 수정되는 과정에서 과학 관련 조항이 축소되고 특히 수학 지침이 약화되어 자연철학의 하위과목으로 남게 되었다. 이처럼 과학혁명기의 도전 앞에서 예수회 교육은 원칙상 아리스토텔레스-토마스 자연철학의 권위를 고수했다.

 

지식 교류망 구축

예수회가 근대과학 체계 형성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거나 특정 예수회원들이 과학혁명 시기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했다고 보기에는 명백히 한계가 있지만, 전문지식을 습득한 상당수의 회원들이 대학교육과 해외선교를 통해 대중적·지속적·전지구적 지식교류망 구축에 선구적인 공헌을 하였다.

 

결론

예수회의 엘리트 교육방법은 16-17세기 근대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모델 중 하나였다. 이들의 교육체계는 『면학규정』을 통한 표준화된 교육과정, 엄격한 교사교육 프로그램, 전인적 인격 형성을 추구하는 교육철학, 그리고 영성과 지성을 조화시키는 독특한 접근방식을 특징으로 하였다.

 

예수회의 엘리트 교육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서 사회적 리더십과 도덕적 품성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였으며, 이는 유럽 귀족과 지배층 자제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통해 가톨릭의 영향력 확대라는 종교적·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이기도 하였다. 개인의 자율성과 집단의 권위를 균형있게 조화시킨 예수회의 교육방식은 교육의 전문성에 기반한 것으로, 현대 교육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비록 개인의 창의성 억압이나 절대적 복종 요구 등의 한계가 있었지만, 예수회의 엘리트 교육방법은 체계적인 교사교육, 표준화된 교육과정, 전인적 교육철학 등의 측면에서 근대 교육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특히 고등교육과 엘리트 양성 분야에서 그 유산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